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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운전기사의 대기시간과 업무상 재해(대법원, 2019-04-11 선고, 2018두40515 판결) 2020-02-19 11:03:04
작성자  세이브 노무법인 정보없음 조회  339   |   추천  51
첨부파일 :  1582077784-63.pdf

 

 

【판결요지】
(1) 버스 운전기사는 승객들의 안전 및 교통사고의 방지를 위하여 긴장하고 집중하여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적지 않은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망인은 전세버스 수요의 갑작스러운 증가로 사망 전날까지 19일 동안 휴무 없이 계속 근무하였고, 사망 전날부터 1주일간은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인 47시간 7분을 크게 상회하는 72시간이나 근무하는 등으로 업무상 부담이 단기간에 급증함으로써 육체적․정신적 피로가 급격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 망인의 근무시간에 대기시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휴게실이 아닌 차량 또는 주차장에서 대기하여야 하고, 승객들의 일정을 따르다 보니 대기시간도 규칙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시간 전부가 온전한 휴식시간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망인은 사망 전날 전세버스 운전이 아닌 셔틀버스 운전 업무를 하였는데, 위 양 업무는 운행 주기, 운행구간, 승객의 승․하차 빈도 등에 큰 차이가 있었을 뿐 아니라 망인이 야간근무 3시간 30분을 포함하여 15시간 넘게 운전을 하였고, 사망 당일 1:30경 귀가한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8:00경에 출근하여 버스를 세차하던 중 쓰러져 9:28경 사망에 이른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업무내용이나 업무강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고 발병 당시에 업무로 인한 피로가 급격하게 누적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장시간노동이 하나의 관행으로 인식될 만큼 우리사회에 넓게 퍼져 있다. 최근 주 최대 52시간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장시간노동은 근로자의 인간다운 삶을 저해하며, 장시간노동의 극단에는 과로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과로사를 포함한 만성과로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하여 만성과로의 경우 업무상 재해 발생 이전의 근로시간을 확정해야 한다. 그런데 노동실무에서는 근로시간 해당성이 문제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대표적으로 ‘대기시간’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문제된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에서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근로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에 관한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버스 운전기사였던 망인의 배우자(원고)가 근로복지공단(피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의 취소를 다툰 사건으로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망인은 2015년 1월 1일부터 A사의 전세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는데, 2015년 6월경~8월 초순경까지 메르스 질병으로 행락객이 급감하여 버스 운전업무를 하지 못하였다. 이후 메르스 질병 확산이 줄어든 2015년 8월 중순경부터 체험학습, 관광 등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려 2015년 9월 15일부터 사망 전날인 2015년 10월 3일까지 19일 동안 휴무 없이 계속 전세버스를 운전하였다. 망인은 사망 전날인 2015년 10월 3일 10:50경부터 다음 날 1:30경까지 셔틀버스 운전업무를 하였고, 운행을 마친 뒤 셔틀버스를 가지고 귀가하였다. 집에서 수면을 취한 후 같은 날 7:15경 다시 셔틀버스를 운전하여 8:00경 출근 후 버스를 세차하던 중 8:30경 쓰러져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망인은 사망 전 4주간 주당 평균 47시간 7분을 근무하였는데, 사망 전날부터 1주일간은 72시간을 근무하였다. 대기시간을 제외한 실제 운전업무시간을 기준으로 할 때, 사망 2주 전부터 그전 1주일간은 23시간 31분, 사망 1주 전부터 그전 1주일 간 30시간 38분, 사망 전날부터 그전 1주일간은 38시간 25분을 각 근무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망인의 근무시간에 대기시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휴게실이 아닌 차량 또는 주차장에서 대기하여야 하고, 승객들의 일정을 따르다 보니 대기시간도 규칙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시간 전부가 온전한 휴식시간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였다. 특히 사망 전날 셔틀버스 운전 업무는 야간근무 3시간 30분을 포함하여 15시간 넘게 운전하였던 점, 새벽 귀가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채 다시 출근하여 사망에 이른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 업무내용이나 업무강도에 급격한 변화와 업무로 인한 피로가 급격하게 누적되었다고 인정하여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근로자의 건강권 측면에서 보면, 제1차 보호기준인 법정근로시간(40시간)과 제2차 저지선인 주 최대 근로시간(52시간), 최후의 판단기준인 만성과로 등에 관한 기준이 있다. 이 중 만성과로 산재 승인 기준을 살펴보면, ①1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관련성이 강하며, ②1주 평균 5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 업무관련성이 증가하고, 업무부담 가중요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관련성이 강하며, ③52시간을 초과하지 않더라도 가중요인에 복합적으로 노출되는 경우에는 관련성 증가하며, ④야간근무는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가중되므로 주간근무의 30% 가산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고시에서의 주요 가중 요인은 ㉠근무일정 예측이 어려운 업무, ㉡교대제 업무, ㉢휴일이 부족한 업무, ㉣유해한 작업환경(한랭, 온도변화, 소음)에 노출되는 업무,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 ㉥시차가 큰 출장이 잦은 업무, ㉦정신적 긴장이 큰 업무이다. 대상판결은 이 고시의 기준과 유사하게, 근로시간을 판단하면서 가중요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검토하면서 기존의 판례법리인 업무상 재해의 판단을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용자의 지휘하에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더라도, 산업재해 인정이라는 목적상 실질적인 휴식을 취할 수 없는 대기시간은 순수한 휴식시간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점도 명확하게 하고 있다.

 

 

<대상 판결의 심급별 판단 비교>

쟁점

1․2심

대상판결

구속시간 중 대기시간

망인의 업무 수행 전․후 차량 점검 시간을 포함한다 하더라도 망인의 업무 특성상 장시간 대기시간이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망인에게 단기간 또는 만성과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망 전 1주간 72시간 근무하였지만 위 72시간은 대기시간을 포함한 것으로 대기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은 38시간 5분이며, 보통 2~3시간 운전 후 휴식을 가졌고 대기시간 동안 차량에서 휴식하는 등 쉴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여 근무시간이 증가하였다고 하여 육체적 과로를 유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근무시간에 대기시간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휴게실이 아닌 차량 또는 주차장에서 대기하여야 하고, 승객들의 일정을 따르다 보니 대기시간도 규칙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대기시간 전부가 온전한 휴식시간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업무환경 변화

사망 전날 야간근무 3시간 30분을 포함하여 약 15시간 근무 후 다음 날 8:00경 출근한 사정이 급격한 업무 환경 변화라고 볼 수 없고, 셔틀버스의 특성상 같은 구간을 반복 운행하고 목적지에 도착하고 휴식시간을 가진 후 다시 운행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하여 육체적 과로를 유발하였다고 볼 수 없다.

전세버스 운전과 셔틀버스 운전 업무는 운행 주기, 운행구간, 승객의 승․하차 빈도 등에 큰 차이가 있었을 뿐, 사망에 이른 일련의 과정에 비추어 볼 때, 망인의 업무내용이나 업무강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고 발병 당시에 업무로 인한 피로가 급격하게 누적된 상태였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위험요인과의 관계

그간 건강검진을 받지 않아 건강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볼 수 있는 점, 망인의 나이, 흡연 습관 등을 고려하면 개인적인 위험요인으로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운전업무 이외에 사망의 원인이 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으므로, 망인의 나이, 흡연습관 등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다른 위험인자를 고려하더라도 위와 같은 운전업무로 단기간에 가중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망인의 급성심근경색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산업안전의 목적상 대기시간의 판단에서는 실질적인 휴식 가능성이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아직까지 일반적인 근로시간 판단과의 차이 등에 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추가적인 법리적 검토를 통하여 유사한 장시간노동의 산재인정 사건에서 또 하나의 기준으로 확립될 필요성이 있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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