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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해고 주장의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대법원, 2019-04-25 선고, 2019도1162 판결) 2020-02-19 11:17:47
작성자  세이브 노무법인 정보없음 조회  545   |   추천  73
첨부파일 :  1582078667-18.pdf

 

 

【판결요지】
일반적으로 ‘부당해고’는 근로기준법 등의 법률과 단체협약 및 사내규정 등에서 정한 해고 사유와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해고라는 의미로 증거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피고인이 현수막 및 피켓에 기재한 ‘부당해고’는 ‘단순히 적절하지 아니한 해고이다’라는 의견 또는 논평의 의미를 넘어,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빼앗는 해고이다’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바, 이는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의 적시라 할 것이다.

피고인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 대해 중앙노동위원회가 기각 판정을 한 사실, 그리고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해고무효확인 등의 소에 대해 기각 판결을 한 사실을 고려하면, 그 결과를 인지하고 있는 피고인은 위 기재가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307조 제2항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피고인 A는 피해자 B가 운영하는 C 주식회사에 택시기사로 근무하던 중 2014.4.25. ‘교통사고 처리 회피 및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해고되었다. 피고인은 이에 불응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2014.8.8. 기각되었고,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 등의 소를 제기하였으나 2016.3.16.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 후 피고인 A는 2017.4월부터 5월까지 도봉구청 및 C 주식회사 앞에서 ‘부당해고 규탄한다’와 ‘부당해고는 갑의 횡포다’ 등의 내용이 기재된 현수막과 피켓을 게시하였다.

제1심은 “피고인에 대한 해고가 위법하지 않다는 확정판결이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표현을 피고인 개인의 주관적 평가를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하여 피고인 A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였다. A의 항소에 대해 원심은 부당해고라는 표현이 단순한 의견 표명의 의미를 넘어 허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판단하고, 피고인 A는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과 지방법원의 판결 내용을 알고 있으므로 부당해고가 허위의 사실임을 인지하고 있기에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는 점을 들어 상고를 기각하였다.

본 사안의 결론을 비판적으로 볼 때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먼저 제1심과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여 ‘부당해고’라는 표현을 사실의 적시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형법」(이하 형법)의 착오론의 문제로 들어가게 된다. 일반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진실한 사실로 오인하고 적시하여 명예를 훼손한 때에는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결과가 발생하지만, 고의는 동조 제1항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고의였으므로 형법 제15조(사실의 착오) 제1항에 의해 제307조 제1항의 죄책을 지게 된다. 여기서 제1심과 원심은 피고인 A가 허위사실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어 착오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보나, 사실의 착오라는 것이 “행위자가 행위 시에 법적 구성요건에 속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고 이러한 상황에는 단지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뿐만 아니라 피고인 A가 접한 여러 상황을 모두 포함한 인식이 전제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제1심과 원심이 중앙노동위원회의 기각 판정과 법원의 기각 판결만을 상황 인식의 내용으로 한 것은 심리 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상식적인 차원에서 뭔가 어색함이 있다. ‘무엇이 부당하다, 부당하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주관적인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1심과 원심은 해고의 정당성 유무를 기존 법원 판단의 유무(有無)로 치환하여 판단했을 뿐,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원적임을 간과하였다.

이에 두 번째 접근방법은 피고인 A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부당해고’를 사실의 적시가 아닌 가치판단 또는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의 제시로 보는 것이다. 원심의 본문이 인용한 대법원 2011.9.2. 선고 2010도17237 판결의 내용처럼 표현이 사실의 적시인지 여부는 “①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②증명가능성, ③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④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본 사안의 피고인 A가 ‘부당해고를 규탄한다’라고 했을 때의 부당해고를 ①언어의 통상적 의미나 ③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으로 보았을 때 그것은 ‘해고가 억울하다’라는 감정의 표현에 지나지 아니한다. ②증명가능성은 제1심과 원심이 사안의 명예훼손죄를 인정한 주요한 근거가 된다. 즉 법원의 확정된 판결 때문에 부당해고가 아님이 증명된 이상 그것은 허위 사실의 적시라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의 확정된 판결이 무조건적인 ‘진실’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 판단의 오류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훼손죄에서 사실과 평가의 구분 기준은 사회ㆍ문화적 관점에서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로지 ‘법원의 판결이 이러니 그것은 사실이다’는 한 가지 잣대로 명예훼손죄를 구성하는 사실 적시라고 하는 것은 판단의 범위를 너무 협소하게 보는 것이다. 대법원이 ④표현이 행하여진 사회적 상황도 고려하라는 것은 언어가 법정에서 통용되는 영역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의 다른 표현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피고인 A가 표현한 부당해고의 규탄은 해고의 정당성 유무라는 사실 판단이라기보다는 해고를 당한 억울함의 의견 표시라고 봄이 타당하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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